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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다움뉴스 10월호] 고뇌 속에 살다, 연극 ‘두 남편을 둔 여자’

작성자 SHDEC | 작성일22-10-3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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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기린 창단 20주년...극작가 이상범 연극, 가장 비주류적 

 

이주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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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 기린 창단 20주년 기념 제 36회 정기공연 <두 남편을 둔 여자> 포스터 

  

연극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삶을 살아가기 위한 원동력과 기분전환이 될 수도 있지만, 공연자와 관객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다. 연극은 질문을 주고받는 과정의 연속이다.

 

시흥시에 20년 된 극단이 존재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머릿속으로 이런 질문을 품고, 극단 기린 창단 20주년 기념 제36회 정기공연 <두 남편을 둔 여자>를 보기 위해 솔내 아트센터로 929일 발길을 옮겼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솔내 아트센터에서 시흥시 문화예술단체 활동지원 공모사업을 통해 선정된 공연이어서 더 의미 있었다.

 

솔내홀 옆 솔내 갤러리에서는 극단 기린 창단 20주년 기념 전시회도 함께 열리고 있었다. 2002419일에 창단한 이후의 공연 포스터, 프로그램, 소식지, 연하장 등을 통해 다사다난했던 극단 기린의 20년 역사를 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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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내아트센터 솔내갤러리에서 진행된 극단 기린 창단 20주년 기념 전시회 


창작공연인 연극 <두 남편을 둔 여자>는 수인(囚人)과 광인(狂人)을 남편으로 선택한 여자, 가족보다는 가정의 의미를 더 중시하는 한 여자의 삶을 보여주는 내용을 담았다. 교도소와 정신병원을 오가며 남편들을 뒷바라지하고, 혈연관계도 없는 이혼한 전 남편의 딸을 키우는 여자주인공의 복잡한 이야기를 필자는 공감하기 힘들었다. 현재 격동기를 살아가며 우리가 느끼는 혼란스러움과 당혹스러움 등 모든 감정이 뒤섞인 작품이었다. 여자 주인공이 자기희생과 기구한 인생 넋두리를 늘어놓다가, 주제곡 아리 아리랑을 부를 땐 삶의 깊은 회환이 느껴졌다. 인문학적 소양이 얕은 필자가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고, 연극을 보는 동안 대사의 의미와 감정의 흐름을 따라잡기 어려웠다.

 

연극 시작 전 극작가이자 연출자이신 이상범 대표와 잠시 대화를 나눴다.

필자는 취미생활 하나조차 꾸준히 지속하기 어려운 요즘, 20년 된 극단을 운영하고 유지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표님께 연극이란 어떤 의미?”냐는 물음에 이상범 대표는 처음엔 쉽게 답변하지 못하다가, “연극은 세상에 질문을 주고받으며,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공연은 관객이 자발적으로 찾아가서 봐야 하는 것이기에, 쉽게 보기 쉽지 않다.

연극 무대를 통해 관객과 직접 부딪치기에, 반응을 바로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하는 작업이다. 가장 비주류이며, 비대중적인 장르가 바로 연극이라고 덧붙여서 설명했다.

 

연극 <두 남편을 둔 여자>를 무대에 올린 극단 기린은 연극 예술을 통해 네오휴머니즘에 기초한 사회 개혁의 뜻을 실현하고, 연극인들의 창조적 협력 작업과 연극 생활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는 단체이다. 2002년 창단 공연으로 <하녀들>과 가족 뮤지컬 <달맞이꽃을 찾아서>를 발표하였다. 2005년 말을 하지 않는 공연인 비언어적 소통 연극 <()가족>을 무대에 올렸다. 더 많은 기린의 공연작품 역사들은 창단 20주년 기념 전시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극단 기린은 연극과 뮤지컬, 퍼포먼스, 거리극 등 여러 장르에서 작품을 창작하고 공연하고 있으며, 연극 놀이 교실, 주부와 노인 대상 연극 교실, 중도 입국자 한국어 교육 등과 같이 연극을 바탕으로 한 교육 활동도 펼치고 있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예술문화공연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사람들이 촘촘히 모이는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은 한동안 멈췄었다. 거리두기가 풀리고, 다양한 공연들이 선보이는 요즘, 서울로 가야 할 필요 없이 인근지역에서 연극을 볼 수 있다는 건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다. 시흥시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연극 극단기린의 창작성과 작품성이 돋보이는 다음 공연도 기대해본다.